<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는 삶의 본질적인 문제들에 대한 철학자 쇼펜하우어의 통찰을 현대적 관점에서 재해석한 책입니다. 강용수 작가는 이 책을 통해 행복과 불행, 욕망과 고통이라는 인간 존재의 근본적인 문제들을 심도 있게 다루고 있습니다. 특히 현대인들이 겪는 다양한 심리적 고민들에 대한 해답을 쇼펜하우어의 철학에서 찾고자 합니다.
의지와 욕망의 본질적 관계
쇼펜하우어 철학의 핵심은 '삶에의 의지'에 있습니다. 그는 인간의 모든 행동과 사고의 근저에는 맹목적인 생존 의지가 자리잡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이는 당시 지배적이었던 이성 중심의 철학과는 완전히 다른 관점을 제시합니다. 인간은 이성적 존재가 아닌, 끊임없는 욕망을 지닌 의지의 존재라는 것입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쇼펜하우어가 인간의 신체를 욕망의 구현체로 보는 방식입니다. 우리의 모든 신체 기관은 각각의 욕망을 표현하는 도구이며, 심지어 이성과 지성조차도 이러한 근원적 의지의 도구에 불과하다고 설명합니다. 예를 들어, 아리스토텔레스가 '소화 기관이 먹기 위한 목적을 위해 존재한다'고 보았다면, 쇼펜하우어는 '먹으려는 의지가 소화 기관을 만들었다'고 설명합니다.
이러한 관점은 현대 심리학의 무의식 개념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우리가 의식적으로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많은 행동들이 사실은 더 깊은 곳에서 작동하는 의지의 표현이라는 점을 지적합니다. 이는 우리가 왜 종종 이성적 판단과 달리 행동하게 되는지를 설명해주는 중요한 통찰을 제공합니다.
고통과 권태 사이의 인생
쇼펜하우어는 불행의 원인이 고통과 권태라고 보았습니다. 우리는 욕망이 충족되지 않을 때 고통을 느끼고, 욕망이 충족되면 곧 권태를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이러한 순환은 끊임없이 반복됩니다. 따라서 인생은 고통과 권태 사이를 움직이는 시계추라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현대사회에서 이러한 현상은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소비사회는 끊임없이 새로운 욕망을 만들어내고, 사람들은 그것을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합니다. 하지만 욕망이 충족되는 순간, 새로운 욕망이 그 자리를 대체하며, 이는 영원한 불만족의 순환을 만들어냅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쇼펜하우어는 욕구의 결핍과 과잉 모두를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리고 현명한 사람이라면 행복과 불행의 원인을 외부가 아닌 내부에서 찾아야 합니다. 또한 진정한 행복을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물질적 재산과 함께 권태와 지루함을 견딜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설명합니다.
특히 중요한 것은 고통에 대한 그의 통찰입니다. 고통은 단순히 피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인간 존재의 필수적인 부분이라는 것입니다. 쾌락은 일시적이지만 고통은 본질적이므로, 고통을 피하려 하기보다는 이를 이해하고 수용하는 것이 더 현명하다고 설명합니다. 그리고 인간은 행복감보다 불행감에 더 크게 영향을 받는다고 보기 때문에 고통의 힘이 쾌락의 힘보다 강하다고 주장합니다. 따라서 환상적인 향락을 좇기보다는 현실적인 고통의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 더 현명한 삶의 전략이라고 조언합니다.
행복을 향한 실천적 지혜
쇼펜하우어의 철학이 단순히 비관적인 세계관에 그치지 않는 이유는, 그가 제시하는 구체적인 해결책 때문입니다. 그는 행복의 가장 중요한 조건으로 건강과 마음의 평정을 꼽습니다. 특히 행복의 90%가 건강에 좌우된다고 말합니다. 명랑함을 잃지 않고 건강을 챙기는 것이 젊음, 외모, 부, 명예보다 더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또한 쇼펜하우어는 마음의 평정이 곧 행복이라고 말하며, 평온을 찾는 네 가지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합니다. 불필요한 인간관계를 정리하고, 질투를 경계하며, 지나치게 큰 희망을 걸지 말고, 세상의 거짓됨을 인정하라는 것입니다. 특히 그는 너무 행복해지려는 욕구 자체를 줄이는 것이 가장 확실한 행복으로 가는 길이라고 조언합니다. 적극적으로 행복을 추구하기보다는, 불행의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 더 효과적인 행복의 길이라는 것입니다.
자살에 대한 그의 통찰도 주목할 만합니다. 쇼펜하우어는 자살이 삶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삶에 대한 강한 애착과 희망의 표현이라고 해석합니다.인생을 너무 사랑해서 그 절망감에 자살로 삶을 마무리하려 한다는 것입니다. "죽고 싶다"라는 말은 역설적으로 "그만큼 살고 싶다"라는 마음을 반영한다는 것입니다.
마치며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는 단순한 철학서가 아닌, 현대인들의 삶의 문제에 대한 실천적 지혜를 담은 안내서입니다. 특히 끊임없는 경쟁과 성과주의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에게, 진정한 행복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그것을 추구해야 하는지에 대한 깊은 통찰을 제공합니다. 쇼펜하우어의 메시지는 삶의 본질적인 고통을 인정하면서도, 그것을 넘어설 수 있는 지혜를 발견하는 것에 있습니다. 이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중요한 삶의 지침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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