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리뷰 / / 2025. 1. 17. 02:05

책 리뷰 <헌법을 쓰는 시간> - 윤석열 대통령 사태에서 다시 되돌아봐야 할 헌법의 중요성, 권력의 진실, 국민의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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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lt;헌법을 쓰는 시간&gt;

2025년 1월, 대한민국은 중대한 헌정 사태를 겪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와 철회, 그리고 이어진 체포 사태까지, 대한민국 헌정 사상 유례없는 일들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습니다. 국민들은 거리로 나와 탄핵을 요구하고 있으며, 검찰은 대통령 조사를 진행하려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비상 상황 속에서 우리는 다시 한번 '헌법'이라는 단어의 무게를 실감하고 있습니다.

'법대로 하자'는 말이 무색해진 지금, 우리는 과연 법이 무엇이고 헌법이 왜 존재하는지 진지하게 고민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계엄령이나 대통령 체포와 같은 중대 사안들이 헌법적으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우리의 기본권은 어떻게 보호받을 수 있는지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해졌습니다.

이러한 시점에서 오늘 소개할 책 "헌법을 쓰는 시간"은 매우 시의적절한 독서가 될 것 같습니다. 이 책은 헌법이 단순한 법률 문서가 아닌, 우리의 권리와 자유를 보장하는 최후의 보루임을 설명합니다. 민주주의의 근간이 흔들리는 듯한 현재 상황에서, 우리는 왜 헌법이 중요하고, 어떻게 우리의 권리를 지킬 수 있는지 함께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법에 대한 진실과 헌법의 중요성

"법대로 해!". 갈등 상황에서 종종 등장하는 말입니다. 법이 곧 정답이고 진리라고 알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법이란 그저 의견에 불과합니다. 실제로 눈과 귀, 그 외의 감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이 아닌, 세상의 모습이 이렇게 되어야 한다는 판단과 의견인 '당위'를 글로 적어 놓은 것일 뿐입니다. "법을 작동하는 사람이 반드시 깨달아야 할 것은 법은 결함투성이 기계라는 사실입니다(50쪽)." 그저 입법자의 의견인 법을 우리 모두가 따르고 있는 이유는, 법을 지키지 않으면 처벌을 하는 정치의 힘 때문입니다.

정치인들은 종종 법치주의를 내세우며 법에 대한 복종과 법에 따른 통치로 공정한 정치를 할 것임을 강조합니다. 우리 사회에서 법치주의란 법에 따라 시민을 통치하는 정의로운 원칙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는 법가 사상과 혼동하고 있는 것입니다. 법가 사상은 효율적인 통치를 위해 법에 따라 시민을 통제하는 것이며, 법치주의는 시민의 자유를 위해 법에 따라 권력자를 통제하는 것입니다. 가끔 권력자들이 제헌절 등의 행사에서 법을 엄정하게 집행하여 법치주의를 수호하겠다는 등의 연설을 하는데, 이는 법치주의의 대상이 바로 자신임을 모르고 하는 소리입니다. 시민들이 법과 법치주의가 무엇인지 올바르게 이해해야 민주주의 사회에서 자신의 권리를 올바르게 주장하고 보호할 수 있습니다.

올바르고 이상적인 사회는 이래야 한다는 공동체의 당위의 정수가 바로 헌법입니다. 세상에 대한 당위는 프랑스혁명과 산업혁명을 거쳐오면서 바뀌고 바뀌어, 수많은 사람들의 피와 눈물로 이룩된 민주주의가 도래한 이후 헌법이란 이름으로 가장 선명하게 나타났습니다. 법이란 여전히 입법자의 의견에 불과하지만 사람들은 법을 지키기 위해 노력합니다. 하지만 그 이유가 단순히 권력에 복종하지 못해 내려지는 처벌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라면 우리 사회를 완전한 민주주의 사회라고 볼 수 없을 것입니다. 시민들이 법을 지키는 이유는 헌법에 대한 믿음이 있기 때문이어야 합니다. 헌법은 시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며, 국민이 뽑은 국회에서 만든 법은 항상 최고법인 헌법에 철저하게 기반하여 만들어진 것이라는 보편적이고 강한 믿음이 있기 때문이어야 합니다. 그래야 국민이 곧 국가의 주인이라는 의식이 더욱 강해집니다. 그리고 그 의식이 더욱 강해져야만 그 어떤 권력자도 함부로 국민의 권리를 헤칠 수 없습니다. 따라서 권력의 손에서 벗어나 진정한 민주주의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 우리 모두는 민주주의의 가장 근본인 헌법의 존재 이유와 그 내용을 파악하고 있어야 합니다.

권력에 대한 진실과 헌법의 필요성

저자는 존 스튜어트 밀의 <대의정부론>을 소개하면서 우리나라의 법치주의 시스템이 총체적으로 몰락한 원인은 구성원 모두에게 있음을 설명합니다. 밀은 한 나라의 국민이 갖는 정치적 욕구가 '지배하고 싶어하는 마음', 그리고 '지배당하기 싫어하는 마음' 중 어느 쪽이 강한지에 따라 그 나라의 정치가 결정된다고 분석했습니다. 지배당하기 싫어하는 마음이 큰 사람이 많으면 시민들이 자신의 출세나 성공을 위해 권력에 복종하는 일이 드물기 때문에 법치주의와 민주주의가 올바르게 성립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지배하고 싶어하는 정치적 욕구가 큰 국민이라면 "민주주의라는 말은 그저 공직의 문이 소수가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열려있다는 정도로만 이해됩니다." 우리나라는 어느 쪽에 속하는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것입니다. 1861년에 쓰여졌다는 이 책이 현대 우리나라의 민주주의와 법치주의가 왜 아직 갈 길이 먼지 설명해주고 있는 것 같아서 정말 강렬하게 기억에 남았습니다.

구성원 대부분이 지배자가 되고 싶은 정치적 욕구를 강하게 갖고 있다면 소수의 권력자가 권력의 힘에 관심이 없는 데다가 능력 있고 똑똑한 사람이라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습니다. 예전에 들었던 최태성 선생님의 한국사능력검정시험 강의 중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습니다. 조선 정조대왕은 너무도 똑똑해서, 신하들이 기록을 위해 어떤 글귀를 인용하고자 찾고 있으면 어떤 책에 몇 페이지, 몇 번째 줄에 그 글이 있는지 항상 알려주면서 신하들에게 공부 좀 하라고 자주 말했다고 합니다. 그 천재적인 지능으로 현명한 정치를 했던 정조는 여전히 어진 왕으로 칭송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조가 죽은 후 조선은 빠르게 몰락했습니다. 한 사람이 너무나도 모든 것을 잘하면, 그 사람에게 모든 것을 의지하게 되고, 그 사람이 사라지는 순간 모든 시스템이 붕괴될 수 있습니다. 또한 출신으로 어좌에 오르는 왕이 항상 어질고 똑똑하며 현명할 수는 없습니다. 누가 통치자가 되더라도 국가가 무너지지 않고 잘 굴러갈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자는 어떤 전지자를 기다리기보다는 권력이 적절히 견제되고 모든 기관이 균형을 이루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권력의 선악은 권력을 사용하는 자의 의도가 아니라 '제한되는가', 혹은 '제한되지 않는가'에 의해 결정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17쪽)."

그렇다면 권력은 어떻게 제한해야 할까요. 오랜 시간 제한되지 않은 권력 때문에 수없이 많은 고통을 겪어야 했던 세계의 시민들은 끊임없는 싸움을 통해 민주주의라는 열매를 얻었습니다. 그리고 그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법치주의, 삼권분립, 헌법재판제도 등 많은 시스템을 만들어냈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시스템의 기반은 헌법입니다. 헌법에 이 모든 내용이 기록되어 있으며, 이 헌법에 따라 시스템이 움직입니다. 그렇지만 헌법이 있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독일의 나치 정권, 우리나라의 이승만 정부와 박정희 정부 때처럼, 헌법이란 독재자의 손에 들어가면 더욱 강력한 독재의 도구로 쓰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헌법은 최종적 효력을 국민에게 의존합니다. 국민들이 헌법의 내용을 알고, 최고 권력도 헌법에 복종해야 한다고 믿고 있을 때 만이 권력으로 하여금 순순히 따르게 할 수 있습니다(20쪽)."

법률가의 책상

헌법이 말하는 자유

그렇다면 헌법에서 구체적으로 시민의 어떤 권리를 강조하고 있는 것일까요. 자유입니다. "자유를 보장받지 못하는 시민들은 권력의 남용을 억제하지 못(24쪽)"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저자는 시민들이 자신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헌법 37조 제2항을 반드시 알아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습니다.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오직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라는 목적이 있을 때에만 제한할 수 있고, 제한할 경우에도 필요한 범위를 넘어서 제한할 수 없습니다(과잉금지원칙). 또한 제한하는 방법은 오직 법률에 그 근거가 있어야만 합니다(법률유보원칙). 마지막으로 이 모든 조건을 충족하는 경우에도 국민의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경우에는 허용될 수 없습니다.

이만큼 완벽하게 국민의 자유와 권리의 중요성을 강조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이 조항이 있기에 국민은 자신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저자는 미국의 여러 예시를 들며, 국민의 자유를 정말로 보장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구체적으로 설명합니다. 그 한 예로 스나이더 대 펠프스 사건이 있습니다. 2010년 10월 구두변론이 열린 사건입니다. 펠프스가 창립한 교회 신도들이 미국 정부의 동성애 등의 정책에 반대 목소리를 내기 위해 지역신문에 게재된 스나이더의 아들 매튜의 장례식 공지를 보고 장례식장 부근에서 피케팅을 했고, 스나이더가 소송을 제기한 것입니다. 이에 미국 연방대법원은 교회 신도들의 손을 들어주며 헌법상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쪽을 택했습니다. "모든 표현의 자유 보호의 핵심은 틀려 보이거나, 심지어 상처를 주는 표현이라고 할지라도 보호되어야 한다는 점”이라고 판결하면서 말입니다.

물론 판결에 완전히 동의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민주주의와 헌법이 지키고자 하는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여러 종류의 인내와 노력, 희생이 필요하다고 저자는 설명합니다. 전국의 모든 법원 100미터 내에서의 집회 시위를 금지하고, 2명만 모여도 집회라고 하며 경찰에 목적과 장소, 시간을 구체적으로 신고하지 않으면 불법으로 간주하여 처벌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표현의 자유를 그만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그것도 예술, 오락 등의 목적으로 모인 집회는 신고할 필요가 없다고 규정하고 있으니 어떤 표현을 규제하고 싶어하는 지는 분명할 것입니다. 모든 표현에는 자유가 있습니다. 여기에 어떤 예외가 붙어서는  됩니.  

 

마치며

 헌법의 구체적인 설립 배경부터 내용과 사례, 모든 것이 갖는 중요성은 물론이고 다양한 정치제도와 법적 시스템까지 쉽고 재미있게 풀어낸 <헌법을 쓰는 시간>이었습니다. 우리나라가 건강한 민주주의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더욱 성숙한 시민의식을 가져야 우리나라 국민 모두가 읽어봤으면 하는 책입니다. 나중에 다른 법을 공부하게 되더라도  다시 읽어보면서 법의 거시적인 틀을 기억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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